「네가 그렇게 불행하다고 한다면 너와 나의 인생을 지금 송두리째 바꾸어줄게.
그 제안에 일말의 저항이라도 느낀다면 넌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사람이 아닌 거야. 」
번번히 실망이 컸던지라 절대 겉 표지의 글귀에 낚여 책을 고르는 짓은 하지 말아야지.. 하고 자신에게 단단히 일러놓고는 또 그만 표지글에 끌려 집어들고만「소녀」.
결론부터 말하자면 괜찮았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본 것으로 끝내지 않고 구입까지 했으니까.
표지글만 봤을 때 어떤 삶을 살고 있길래 자신의 삶이 제일 불행하다고 그리 자신있게 말할 수 있나 몹시 궁금했다. 내 삶보다 얼마나 불행한지 어디 두고보자란 마음이 들었다. 아무래도 그 제안은 내가 해야 될 것 같았지만, ...바랐다. 그 제안에 일말의 망설임이 있기를...
둘은 그 누구보다 서로를 진심으로 아끼고 생각하면서도 사소한 오해들로 서운함과 불만을 숨기고 있다. 함께 있어도 마음은 멀어진 이 둘 사이에 어느날 전학생 사오리가 끼게 되는데... 사오리가 터놓은 친한 친구의 죽은 모습을 봤다는 목격담을 듣고, 아쓰코와 유키는 자신들의 눈으로 직접 죽음을 보고싶다는 강한 열망을 갖게 된다.
단 한번의 실수 후 바로 꿈을 접어 버리고, 사람들의 눈치나 살피며 전전긍긍 살아가는 자존감 낮고 여린 아쓰코는 죽음에 대해 알게되면 강해질 것 같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의 횡포로 하루가하루가 끔찍히도 괴로워서 할머니가 어서 죽기를 간절히 바라며 사는 유키는 좀처럼 죽지않는 할머니의 죽음을 포기한 대신 다른이의, 그것도 자신이 잘 아는 이의 죽음이 보고싶다.
곧이어 여름방학.
아쓰코는 체육시간 보충으로 노인요양시설로 자원봉사를 나가고, 유키 역시 병원에 있는 아픈 아이들과 요양시설의 노인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모 종교단체의 낭독 자원봉사회를 찾는다. 어쩜 그리도 자신들의 목적에 딱 들어맞는 최적의 장소들을 찾아내셨는지... 발칙하다 못해 경악스럽기 그지없다.
소녀는 겉으로는 여고생들의 우정과 성장담을 그리고 있지만, 미나토 가나에의 모든 작품이 그렇듯 떫떠름하고 비릿하다. 하지만 그녀의 주특기, 예기치 못한 소름돋는 반전은 역시나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특히 별개일 것만 같았던 각각의 인물들과 사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치밀하고 탄탄한 구성력은 단연 최고다.
아쉽게도 내가 인생을 바꿈에 있어 주저할만큼 불행한 삶은 없었지만, 낚였다라는 분함 또한 없었다.
인간관계에, 사람에, 좀더 환멸을 느끼기도 했고, 원래 다 그런거구나 하고 씁쓸한 마음으로 수긍하기도 했던...
그래도 미나토 가나에 작품들 중에선 그나마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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