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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이야기」에서 가장 미우라 시온답다고 느낀 이야기는 두번째편인 「로켓에 대한 추억」이다. 이야기 속의 주인공은 10년을 매일같이 강아지 로켓(여기서의 로켓과 이후에 나오는 로켓 탑승권을 하나의 연결고리로 봐야하나?? 이런식의 연결고리라면 세번째편인 디스턴스의 근친과 마지막편도 서로 연결지을 수 있을 듯... 내가 미처 알아내지 못한 연결고리들이 이런식이라면, 좀 실망스러운데..ㅡ,.ㅡ)과 함께 동네를 산책하면서 자연스레 집을 보는 재주(?)가 생겼고, 덕분에 현재의 직업(?)을 갖게되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 재주란 것과 직업과의 연관성이 어찌나 그럴듯한지 절로 실소가 터진다. 역시 미우라시온다운 유니크한 발상이다싶었다. ^^
「옛날이야기」속 7편의 단편을 통틀어 가장 가슴깊이 다가온 구절이 있던 편도 「로켓에 대한 추억」이다.
“......그래서 내게는 친구가 필요없다. 그건 어쩌면 과거를 버릴 수 있는 일인지도 모른다. 이누야마와 이야기하며 그런 생각을 했다. 내게는 추억을 이야기할 상대가 없다. 예를 들면 로켓이라는 개를 키웠다는 것. 어릴 적, 내 눈에 비친 고향풍경. 학교생활. 그런 기억도 전부 내가 멋대로 만들어낸 것일지도 모른다. 내 기억은 어디까지나 나만의 것이 되어, 변형하거나 소멸해도 지적하는 사람도 없고 알아차리는 사람도 없다. 기억을 공유하는 상대가 없으니까. ” ㅡ본문 66p에서 발췌
나는 가끔 다른 누군가와 나의 기억을 공유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낄 때가 있다. 누군가 나의 말에 귀기울여 주길 간절히 바라고 나의 이야기를 늘어놓고 싶은 마음이 있는 반면, 아이러니하게도 누군가의 기억속에 내가 각인되는 것이 끔찍하리만치 싫기도 하다. 예를 들어, 지금 하고 있는 블로그도 지인들중 딱 세명에게만 알렸는데, 만일에 하나 그 이외의 사람이 우연히 내 블로그를 찾아왔다가 주인이 나임을 알게될까봐 염려스럽다. 아무래도 블로그엔 사생활이 담기게 되다보니 지인들이 본다면 나를 떠올릴 수 있는 단서들이 산재해 있기에, 그들중 누군가가 그것들로 미루어 내가 블로그를 한다는 사실과 무엇보다 주위에는 밝히고 싶지 않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알게된다면 정말일지 껄끄러울게다. 이런 노파심(?)만 없어도 글을 쓰는 것이 좀더 자유로울 텐데...
“기억”...
오래토록 간직하고 싶은 기억보단 지우고 싶은 기억이 많은 비루한 인생이지만, 「옛날이야기」처럼 지구종말이 사실로 찾아온다면 내 기억은 어떻게 되는 걸까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있다. 그땐 기억의 공유에 관계없이 모두 무(無)가 되겠지?? 그렇게되면 다른이의 기억속의 나도 사라지고, 내 기억속의 지우고 싶은 기억도 모두 사라질 테니 내가 바라던 바이긴 하지만, 좋았던 기억도 함께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왠지 서글프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지구종말이 찾아온다면 나 역시 진보 모모스케나 택시 운전기사 그리고 입강에 사는 젊은 어부처럼 담담할 것 같다. 나 혼자만 죽는 것도 아니고, 또 죽는다고 딱히 아쉽거나 억울할 만큼의 어떤것도 가진것이 없으니까... 하지만... 좋았던 기억까지 모두 사라지는 그런 완전한 무 (無)가 죽음이라면.. 그건 좀 서글플게다. 가장 좋았던 기억 하나는 남길 수 있다면... (그런데.. 내게 있어 가장 좋았던 기억은 무엇일까??) 그래도 차라리 영혼이니 환생이니 업이니 천국이니 그런 것 보단 무(無)를 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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