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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이야기」는 3개월 후 지구가 운석과 충돌한다는데도 담담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설정이 강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올해가 바로 고대 마야인들이 예언한 지구종말의 해이기에 지구종말이란 소재 자체가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가기도 했지만, 죽음이 직면했음에도 담담하고 태연하게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몹시 궁금했다. 왠지.. 나와 닮아 있을 것 같아서.. 그래서 그들의 삶속에서 나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런데 첫 시작부터 내가 생각했던 설정(?)과 다르게 흘러갔다. 책은 「러브리스」, 「로켓에 대한 추억」, 「디스턴스」, 「입강은 녹색」, 「도착할 때까지」, 「꽃」, 「그리운 강가 마을의 이야기를 해볼까」... 이렇게 총 7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지구가 운석과 충돌한다는 직접적인 언급은 「입강은 녹색」부터 나온다. 마지막편이 운석과의 충돌이 기정사실로 보도된 현재의 이야기라면, 첫편인 「러브리스」는 마지막편의 16,7년 전쯤 과거의 이야기에 해당한다. 여기서는 그저 가정으로서 운석과 지구충돌의 이야기가 언급되었을 뿐, 엄밀히 말하면 운석과의 충돌 사실을 알고도 담담하고 태연히 살아가는 인물의 이야기는 아니다. (주인공의 스물일곱이란 나이와 운석과의 충돌이 같은 의미이긴 하지만...) 2편과 3편에서도 지구와 운석과의 충돌 이야기는 언급되어 있지 않다.(그만 놓쳐버렸거나 어쩌면 에둘러 표현한 것을 미처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갔는지도..??)
이런 오해를 하게 된 이유는 마치 모든 이야기가 3개월 후 지구와 운석이 충돌하는 현재라는 시점의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하게끔 쓰여진 책 뒤편의 글 때문이다. 책 내용 파악도 제대로 못한 글이 어떻게 표지글이랍시고 떡하니 실린 것인지 정말이지 의아스럽다. ㅡㅡ
그리고 모든 이야기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하는데, 내가 알아낸 건 「도착할 때까지」와 「꽃」, 그리고 「러브리스」와 「그리운 강가 마을의 이야기를 해볼까」가 각각 이어진다는 것 밖에 찾지 못했다. 또 한 가지는 모든 이야기들의 배경으로 다마강이 나온다는 것..?! (그외의 연관성은 다음에 다시 읽을 때 한번 꼼꼼히 찾아봐야겠다.)
모든 이야기는 그 시작에 앞서 일본의 옛날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옛날이야기가 말그대로 옛날이야기라면, 본편은 그 옛날이야기의 현대판 버젼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두 이야기는 서로 닮아있는데 뚜렷하게 유사성을 찾지 못한 편도 있다. (이것도 다시 읽어보며 유사성을 찾아봐야겠다.)
각각의 인물들은 미우라 시온 특유의 유니크함과 시크함이 묻어나지만, 마호로역 다다심부름집의 인물들 보단 어딘가 좀 부족한 느낌이었다. 그런 느낌은 인물들의 탓이라기 보다는 전체적인 스토리가 밋밋하다고 해야할까? 어떤 강한 임팩트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보다도 더 큰 문제는 앞서 얘기했듯 책의 실제 내용과 다르게 설명해 놓은 책 뒷편의 글 때문이리라. 머릿속에 이미 예상해둔 흐름이 있었는데, 그와는 다르게 흘러가는 것을 느끼면서 순간적인 혼란이 왔다. 그리고 그 혼란을 느낀 순간 이미 책에 대한 신뢰도는 급감했다. 만약 그 어떤 정보도 없이 읽었다면, 지금보단 좋은 느낌으로 남았을 거란 생각에 아쉽다.
나는 책을 선택할 때 주로 간략한 책 표지글(본문내용의 일부, 내용요약, 서평 등등..)을 보고 결정하는데, 가끔은 그 글들이 책을 읽기에 앞서 큰 방해가 되기도 하는 것 같다. 「Y의 비극」 처럼 너무 일찍 범인을 알아버린다거나 이번처럼 착각을 하게 만들기도 하는 등 그닥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지 않다. 적어도 나에겐.. 다음부터 책을 구입할 땐 표지글 만큼은 선택기준에서 꼭 배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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