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러리 퀸의 「Y의 비극」은 tv프로그램(신비한TV 서프라이즈)을 통해 먼저 알게 되었다. 그땐 책에 대한 관심보다도 책만큼이나 추리소설스런, 작가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가 꽤 흥미로웠었다. 작가가 한 사람이 아닌 두명으로 그들의 관계는 사촌지간이며, 유명한 다른 추리소설을 쓴 작가(버나비 로스)와 그들이 알고보니 동일인물이었다는 내용이었는데 이 부분은 본 책의 서두에도 밝히고 있다. 필명을 달리하여 글을 썼는데, 그 작품들이 모두 인기를 얻은 걸 보면 작가의 인기에 편승하지 않은 진정한 인정을 받은 책이구나 싶어 강한 믿음이 갔다. 그 이후 꼭 한번 그들의 글을 읽어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야 읽게 되었다.
「Y의 비극」은 세계 3대 추리소설 중 가장 기대가 컸던 만큼, 구입한 세 권 중 제일 먼저 손이 닿았다. 단숨에 읽어버릴 만큼 흥미진진하길 바라며 첫 장을 펼쳤는데, 조그만 책에 빼곡히 들어차 있는 활자들이 영 익숙치않아서 초반부를 넘기기가 좀 힘들었다. 그리고 너무 일찍 범인을 알아버린 탓에 다 읽기도전에 그만 흥미를 잃고 말았다. 그 이유는 책 뒷표지에 적힌 간략한 총평(?)때문이다. 역대 가장 유례없는 인물이 범인이란 문구는 나에게 세 명의 용의자를 단숨에 떠올리게 했고, 그 셋중 누가 진짜 범인인지를 쉬 짐작케했다. 책에 대한 흥미유발을 위해 그런 문구를 넣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바로 그 문구가 스포가 되고 만 것이다.
연이어 살인사건이 발생하는 해터저택과 용의자 선상에 오른 해터집안 사람들... 그런데 그 가족들이 세상 사람들에게 미친집안이라고 불리우며 이슈가 되는 설정에 대해 나는 좀처럼 납득이 가지 않았다. 성격이 좀 괴팍하고 사생활이 좀 방탕하다고 그걸 두고 미쳤다느니 떠들어댄다는 건 너무 비약적인 설정같아 보였다. 그 정도 문제점은 누구나 안고 살아가는 것들 아닌가?? 더구나 그 이유가 매독에 의한 병리적인 현상이라니... 의학적 지식이 전무해서 진의는 알 수는 없으나, 매독이 자손들에게 그런 정신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특히 결말부분이 제일 납득하기 어려웠다. 범인에게 회생의 기회(?)를 주기위해 그런 수(?)를 썼는지는 몰라도, 범인이 범인(?)인만큼 너무 잔인한 트릭이 아니었나 싶다. 설정 자체는 감탄을 자아낼 만큼 기발했지만, 어떤 공감도 납득도 할 수 없었고 주인공인 탐정(드루리 레인)에게 분노마저 들었다. 만약 범인이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 방법은 정말 기발하고 대단한 극적인 반전이 되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드루리 레인)는 상대를 너무 그의 기준으로 재판(?)하려했던 것 같다. 그의 숨은 의도 자체는 충분히 공감하고 납득할 수 있으나, 그 대상이 범인의 어느 부분(?)을 간과하고 있었기에 일말의 공감도 할 수 없었다. 범인은 결코 그런 의도를 시험해 볼만한 대상(?)이 아니었다. 아무리 경찰이 아닌 사설탐정이라고 해도 그는 법을 간과했고, 도덕성도 정의감도 갖추고 있지 않은 인물이었다. 그런 인물을 창조해 낸 작가의 도덕적 가치관마저 의심이 들 정도였다. 대게 추리소설은 사건을 해결하는 주인공에게 매력을 느끼기 마련인데, 드루리 레인에게서는 그 어떤 매력도 그렇다고 그에게 일말의 감정이입도 할 수 없었다.
「Y의 비극」은 역대 가장 유례없는 인물을 범인으로 그려낸 것은 맞지만, 역대 가장 비도덕적인 탐정을 그려낸 책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마지막 반전을 일으키는 설정은 이미 어디선가 본 것으로, 바로 여기서 모티브를 딴 것이었구나 싶으니, 설정 자체만을 두고 본다면 무엇보다 극적인 반전이 중요도를 차지하는 추리소설의 조건은 충분히 갖추고 있는 책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바로 그런 이유 하나만으로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마찬가지로 세계 3대 추리소설이란 타이틀에 어울릴만한 책이긴 한 것 같다. 다만 나의 논리와 사고로 용납할 수 없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