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MBC 세상보기 시시각각」에서 초등학교 입학생들의 고가 책가방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평소같았음 나와 상관없는 얘기에 이내 곧 채널을 돌렸겠지만, 며칠 전 친구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있어 관심있게 지켜보았다.
한달 전쯤인가? 친구가 서울에 사는 오빠 딸이, 그러니까 조카가 이번에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됐는데, 책가방을 사주기로 했다며 20만원정도 들 것 같다고 했다. 나는 무슨 초등학생 가방이 그리 비싸냐고 몇만원짜리 사주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었다. 친구는 그 정도는 보통이라며, 일본 초딩들 가방은 50만원이 넘고, 유명 장인이 만든 건 천만원 가까이 되는 것도 있다고 했다.
난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그 얘기에 그저 "헐~~" 이 한마디밖에 할 수 없었다.
며칠 전, 그 친구와 다시 만났는데 가방값이 13만원정도 들었다고 했다. 미리 사전조사를 하며 조카가 맘에 들어할만한 가방으로 17만원짜리를 봐두고는, 직접 조카를 데리고 가방을 사러 갔는데 의외로 저렴한 걸 골랐다며, 거금이 들어 후덜덜했지만 서울에 사니까 왕따나 무시를 당하면 안되니 어쩌겠냐는 말을 했었다.
그리고 오늘 친구에게서 들은 얘기를 직접 Tv로 접하니, 현 사태의 심각성에 절로 한숨이 나왔다. 일부 부유층에서 시작됐을 지나친 자식사랑이, 내 자식도 남부럽지 않게, 최소 다른집 아이들에게는 꿇리지않게 해주고 싶다는 부모들의 마음을 부추겨온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중,고딩들의 필수복이 된 일명 교복이라 불리는 N사의 아웃도어룩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그중 한 남학생의 인터뷰가 가장 인상 깊었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친구들이 모두 다 입으니 그 무리에 속하기 위해 입는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심리는 그 이전부터도 있어왔었다. 다만 N사의 아웃도어룩처럼 고가가 아니었을 뿐, 분명 내 학창시절에도 인기아이템이 존재했었다.
A사, J사, F사, E사들의 실크티나 가디건, 잠바, 양말 등이 당시의 핫 아이템이었고, 나 역시 그 제품들을 갖고 싶어했었다. 그중 가장 갖고 싶어했던 건 A사의 가디건과 잠바였는데, 너무 비싸단 생각엔 감히 살 생각조차 못했었다. 그래도 F사의 3만원 미만 가격의 가방 하나쯤은 가지고 있었던 만큼, 요즘 학생들의 사태를 마냥 따가운 시선으로만도 볼 수 없는게 사실이다.
N사의 등산복 같은 경우, 산악회 동호회 모임에서도 인기 아이템으로 부각되던 때가 있었는데, 마음 한 켠으로 부러워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뿐, 가끔 즐기는 취미였던 등산을 위해 등산복 하나에 4,50만원을 투자할 생각은 없었다.
성인에게도 버거운 가격의 고가 책가방(내가 가진 가방 중 젤 비싼 게 십만원인데..ㅡㅡa)과 아웃도어룩..
소득능력이 없는 그들이 그런 고가의 물품을 가지게 된 배경에는 부모들이 있다. 아이들에게 제재를 가하고 올바른 소비법을 제시해줘야 할 부모들이 아이들을 위해서랍시고 원하는 걸 모두다 해주지만 정말 그것이 진정으로 아이들을 위하는 행동일지 의문이다.
나도 부모가 된다면, 내 아이를 위해서라는 정당성을 부여하며 묵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라도 내 아이를 위해서 지금의 이 잘못된 사태에 대항할 확고한 소신이 필요하지 않을까??
(문득 든 생각인데, 학부모회에서 나서서 학급별, 학년별, 학교별로 고가품 사주지 않기 운동을 할 수는 없는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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