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인터넷을 즐기느라 틀어져 있는 TV에는 관심도 두고 있지 않고 있었는데, 순간 귀가 번뜩 뜨이는 소식이 들려왔다. 일본에 1인 노래방이 생겼다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우와~! 우리나라도 생겼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최일구 아나운서의 한 마디!!!
" 정신 건강에 안 좋으니, 우린 그러지 맙시다! "
'뭔 소리야??' '혼자 노래방 가면, 정신 건강에 안 좋은건가??'
물론 어떤 의미로 그런 말을 했는지는 알겠으나, 너무나 개인적이고 편향적인 그의 발언에 나도 모르게 욱 하고 말았다. 나는 MBC의 주말8시뉴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한 두번인가 보았는데, 사건 소개 후에 한마디씩 덧붙이는 최일구 아나운서의 발언이 시청자가 하고 픈 말을 대변해 준다라는 속시원한 느낌보다는 최일구라는 한 개인으로서의 목소리에 더 가깝게 느껴졌기에 이내 채널을 돌리곤 했다. 그런데 어제는 더욱더 그의 발언이 귀에 거슬렸다. 1인 노래방이 도대체 왜?? 어떻게??? 정신건강에 악 영향을 끼친다는 건지... 오히려 정신건강에 좋지 않을까??
예를 들어, 어느 1인이 스트레스 분출구로 노래방을 찾으려 했으나 워낙 여럿이 가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곳이라 섣불리 가지 못하여 심한 스트레스적 압박에 시달렸다. 그런데 이제 그는 새로 생긴 1인 노래방을 찾아 그의 스트레스를 마음껏 해소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는 좋은 영향이 아니겠는가. 기자 역시 1인 노래방의 내부 모습과 마지막엔 앞으로 혼자 할 수 있는 다른 어떤 것이 또 나올지 모르겠다며 짧막하게 보도했더랬다. 너무 안 좋은 쪽으로만 생각한 편향적 발언이었고, 그 말에 공감을 해 줄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못했던 보도였다.
나는 혼자 노는 것을 좋아하는 1인이다.
혼자 영화보고, 혼자 밥 먹고, 혼자 쇼핑 하고.. 얼마전엔 2박3일간 혼자 여행도 다녀왔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을 때가 있다. "야, xxx 진짜 멋있지 않냐?" 라며 친구와 귓속말을 주고받으며 영화를 보는 것 보다 오로지 영화에만 몰두하고 싶을 때가 있고, 친구와 옷을 고르며 서로에게 어울리는지 코치 해주면서 쇼핑을 하는 것 보다 내 취향에 맞는 옷집만 골라다니며 쇼핑을 하고 싶을 때가 있고, 친구와 서로 의지하며 여행을 하는 것보다 나만의 생각에 잠길 수 있는 여행을 하고 싶을 때가 있는 법이니까.
1인 노래방이 생겼다고 했을때, 가장 반가웠던 것도 그런 이유들과 다르지 않다. 가끔씩 여럿이 어울려 술을 한잔씩 걸친 후 노래방에 가긴 하지만, 노래방은 진짜 다른 누군가와 함께 가고 싶지 않은 곳이다. 어쩔 수 없이 노래방에 가면, 나도 그들처럼 즐거운 척, 그 자리를 즐기는 척 하지만 속 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았었다. 나는 노래를 정말정말 못하기 때문에, 남들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너무나 싫다. 당당하게 노래를 부르기도 했었지만 그건 그러는 척 할 뿐이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노래도 못부르는 내가 너무 짜증나서 되도록이면 아무리 권해도 노래는 부르지 않고 있다. 만약 우리나라에도 1인 노래방이 생긴다면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 갈 것이다. 마음껏 누구의 눈치도 보지않고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는 건 아마 나 같은 음치들에겐 방가운 소식이 아닐까 싶다. 지금도 오락실에 가면 노래방 부스에서 혼자 노래를 부를 수는 있지만, 그런 전문적인 곳이 생긴다면 종종 이용할 의향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마 최일구씨가 우려하는 1인 노래방 같은 것이 생길 것 같지는 않다. 일본이 1인 개인주의가 강하다면 우리나라는 그와 반대로 너무 함께 하는 문화에 길들여져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혼자 행동하는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보아주지 않는 걸까? 특히 혼자 밥 먹는 사람에 대한 시선은 그닥 곱지 않은 것 같다. 그나마 패스트푸드점이나 길거리 포장마차에서는 혼자 먹는 사람들이 많지만 좀 괜찮은 식당이라도 들어갈려면 그 식당은 1인을 위한 배려조차 없는 곳이 많다. ( 최소 2인분 이상 주문을 해야한다. ) 음식점에서 혼자 밥을 먹고 있을 때 사람들이 많아지기라도 하면, 왜 눈치는 혼자 온 사람이 받아야 하는지.....
스스로도 어쩔 수 없이 눈치가 보여서 급히 계산하고 나온 적도 있다.
주위의 사람들은 내가 혼자 영화보고 혼자 쇼핑하고 혼자 밥을 먹는 다고 하면, 대부분 그들은 한결 같이 말한다. 난 다른 건 혼자 할 수 있다 치더라도 밥은 혼자 못 먹겠다고...... 물론 혼자 먹으면 밥맛이 더 없더라 하는 사람도 있지만 창피해서 혼자는 밥 먹으러 가게에 못 들어 가겠다는 사람들이 더 많다.
나는 혼자 이것저것 많이 해봤지만, 아직 못 해 본 것이 있다. 노래방과 고깃집 혼자 가기.. 혼자서 노래방과 고깃집 문을 열고 들어갈 만큼의 용기는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가끔 노래가 부르고 싶으면 오락실 노래방 부스를 찾고, 고기가 먹고 싶으면 집에서 혼자 구어 먹는다. 수익창출면에서 큰 돈은 안되겠지만 우리나라에도 1인 노래방과 1인 고깃집이 생기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을 잠시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