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내 연간 계획 중의 하나는 「JPT 800점 이상 취득하기」와 「N1급 취득하기」였다.
시험 일정을 뽑아 다이어리에 붙여 놓고, 문제집도 새로 2권이나 사고, 도서관을 다니며 열공모드에 돌입했다. 그래, 새해 초반까지는 스스로가 기특할 만큼 나름 열심이었다. 거뜬히 목표점수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은 근자감까지 있었다. 하지만 점점 늘어나는 업무량에, 일본어는 뒷전으로 밀려나 이내 까맣게 잊혀져 갔다. 그리고 작년에 내가 본 시험이라고는 JPT, 단 한차례 뿐이었다. __+
지금까지의 내 일본어 시험 성적이다.
목표를 위해 다이어리에 적어두긴 했었지만, 너무 부끄러운 성적이라 행여나 우연히라도 누가 볼까봐 숨겨뒀던 페이지다. 그런데 이렇게 공개를 하는 건 부끄러워봐야 정신을 차릴 것 같기 때문이다. 일본어 공부를 하시는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참 형편없는 성적이다. 그래서 나름의 변명을 좀 늘어놓고 싶다.
지금까지 JPT는 총 세 차례 보았다.
첫번째는(2000년) 일본어 학원을 그만둔지 얼마 안됐을 때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JPT성적이 진짜 본인의 일본어 실력이란 얘기를 어디선가 주워 듣고는 전혀 시험 공부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 일본어 실력이 어느 정도일지 알아보고 싶어 무작정 봤었다. 그리고 결과는 565점. 만족스러운 점수는 아니었지만, 나를 위로할 충분한 이유(?)는 있었다. '그래, 공부도 전혀 안하고 봤는데 이정도면 괜찮지, 뭐.'라고 그렇게 돼먹지도 않을 이유를 가져다 붙여 나를 위로했었다.
두번째 시험(2003년)을 본 건 JLPT 1급을 따고, 2년이 흐른 뒤였다. 점수는 545점. 첫번째 봤을 때 보다 무려 20점이나 떨어졌다는 사실에 다소 충격을 받았지만, 난 또다시 나를 위로하기에 급급했다. 이번에도 공부를 전혀 하지 않고 봤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그렇게 두번의 시험을 통해서야 나는 JPT 시험공부를 따로 해야함을 깨달았다. 그래서 문제집도 사고 열심히 공부해서 다시 시험을 보려고 했지만, 항상 생각에서만 그칠 뿐이었다. 그러다가 작년에 야심차게 목표를 정하고 , 나름 공부도 해서 재도전한 세번째 JPT(2011년). 시험 막바지엔 일 때문이란 핑계로 공부를 못하긴 했지만, 왠지모를 근자감이 있었다. 하지만 불면증에 시험에 대한 불안감까지 더해졌는지 한숨도 못자고 시험을 치르게 되었다. 그렇게 몽롱한 상태에서 시험이 치러졌고, 아쉬움으로 시험을 마쳐야 했다. 그리고 받은 성적은 710점. 갠적으로는 가장 아쉬움이 남는 시험이다.
JLPT. 일본어 능력시험 1급은 지금까지 총 4번(5번?) 치렀고, 2번 합격했다.
첫번째로 합격했을 때(2001년)는 솔직히 운이었던 것 같다. 일주일 벼락치기하고 봤는데, 내가 공부한 부분에서 많이 나와서 시험을 보면서도 신기했었다. 그리고 JLPT(일본어능력시험) 1급의 합격 기준 점수가 280점인데, 겨우 턱걸이(297점)로 합격했다. 벼락치기로 이 정도면 잘한거라고 나름 기뻐하기까지 했던 기억이... ㅡㅡa
그리고 학교를 다니면서 재학중에 JLPT 1급을 따면 졸업 논문을 제외시켜 준다기에, 2007년인가에 봤었지만 보기 좋게 떨어지고, 2009년에야 재합격을 했다. 당시 학교 기말시험과 겹치는 바람에 제대로 공부를 못했는데, 그래도 운 좋게 합격을 했다. 점수로 보면 그야말로 아슬아슬하게 턱 끝이 간신히 닿은 285점이었다. 그러고보니 JLPT는 두번 모두 운빨이 좀 있었던 것 같다.
JLPT는 2010년에 명칭과 시험유형이 달라졌기 때문에, 2011년에 함 도전해 보려고 했던 건데 접수조차 못하고 지나가버렸다. 그래서 올해는 작년의 목표를 그대로 다시 가져오려고 한다. JPT는 욕심을 조금 더 부려서 「JPT 900점 이상 취득하기」와 「N1급 취득하기」. 더 이상 이런 저런 구질구질한 변명같은 따위 늘어 놓지 않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하고 싶다. 설령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내가 받은 점수에 당당할 수 있도록 제대로 공부해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