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함덕은 썩 맘이 내키는 곳은 아니었다.
3년 전엔 동쪽을.. 작년엔 서쪽을.. 각각 한번씩 돌았어서 어느 쪽으로 돌든 안 가본 곳들 중에서 갈만한 곳을 찾다보니 그저 그 기준에 맞았을 뿐..
동쪽으로 돈다면 함덕을 시작점으로 해야겠네 하는 딱 그 정도 마음이었다.
그런데 첫날 게하에서 한 방을 썼던 B가 오늘 함덕을 다녀왔는데 예쁘고 좋았다기에 살짝 기대감이 차올랐다.
함덕에 대해서는 자세히 검색을 해보지 않았던지라 바다밖에 볼 게 없는 줄 알았건만, 그녀 덕분에 바로 가까이에 서우봉이란 작은 오름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우와아~!
처음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절로~~
날이 흐려서 바다빛이 예쁠거라곤 아예 기대를 않했는데, 수채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엷은 에메랄드 빛깔이 너무 고왔다.
혼자만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를 마주하고 있자니 함덕의 고운 빛깔을 엄마에게도 전해주고 싶어 영상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영상 전화의 화질로는 내가 보는 느낌 그대로가 전해지지 않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고...ㅜㅜ
이호테우 해변에서에 이어 두번째 시도한 영상통화였는데, 두번 다 실패!
그것을 마지막으로 더는 영상통화를 하지 않았다.
아!
저게 서우봉이구나!
B가 아니었음 바다만 보고 그냥 돌아섰을지도..ㅎ
저 앞쪽으로도 가보고 싶었지만, 서우봉만 가기로!
흐린 날도 이렇게 예쁜데 맑은 날은 대체 얼마나 예쁘다는 거야?!
오~ 함덕에도 야자수가 있네?
야자수를 보니 제주에 와있다는 사실이 더욱 실감났다.
바다를 향해 날아오르려는 갈매기.
에메랄드색 수채물감을 풀어놓은 것 같은 함덕의 바다와 매우 잘 어울렸다.
구글앱 '포토'에 사진을 올렸더니 자동으로 만들어 준 파노라마!
서우봉에 올랐다가 내려왔을 때도 저 자리가 비어있어서 잠시 바다를 보며 앉아있었는데...
그때 이 순간을 잊지 말아야지 했건만, 벌써 가물가물해져버린...ㅜㅜ
혼자온 여행객을 보면 동질감에 괜스레 방가방가!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예쁜 사진 많이 찍었는지 모르겠네. ^^
서우봉으로 오르는 길..
이때만 해도 몰랐더랬지..
후에 예기치 못한 고난(?)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말이지..
둘레길과 산책길 둘로 나뉘어진 갈림길..
여기서 난 주저없이 둘레길을 택했다.
작년에 송악산에서 둘레길을 걸어봤기에 그때처럼 한 바퀴 빙 돌아 원점으로 돌아올 줄 알았다.
그러나 이곳의 둘레길은 한 바퀴를 돌 수 없다는 거~~~ㅜㅜ
중간중간 갈림길이 나타날 때마다 둘레길을 택해 걸었건만, 빙 둘러나오는 길은 없었다. OTL
이 얘기는 밑에서 다시 하기로~~^^;
Tip _ 서우봉 정상으로 가실거면 산책로를 따라가야해요!
하지만 볼 거리는 별로 없어요. ^^;
이건 정상까지 갔다가 내려왔을 때 찍은 사진인데, 함덕에선 유독 웨딩촬영을 온 커플들이 많았다.
제주에서 웨딩 사진 찍는 것도 이제는 넘 유행이 되어버린 듯한...
둘레길을 따라 걷는 길...
함덕 최고 인기 포토존이었던 곳!
지나가는 아주머니께 부탁해 이 벤치에 앉아서도 찍음. ^^
하지만 구도가 영~~
빈 자리가 더 예쁜 듯.
모래사장부터 시작해 마치 그라이데이션이 된 것 같은..
발 아래 펼쳐진 바다를 내려다보며 걷노라니 송악산 둘레길을 걷던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송악산은 드넓게 펼쳐진 길이라 시원스러운 반면 함덕은 오솔길이라 소박하고 정겨운 느낌?!
: ) 즈질체력도 가뿐히 걸었던 송악산 둘레길
길 양 옆으로는 샛노란 유채꽃이 아담하게 피어있어 흐렸어도 봄 느낌이 물씬 났다.
인위적으로 꾸며놓은 유채꽃 군락지보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듬성듬성 피어있는 게 더 예쁜 듯.
바닷빛깔에 반하고..
유채꽃이 반겨주는 데크길에 반하고..
뒤를 봐도 예쁘고..
앞을 봐도 예쁘고...
계속해서 이런 유채꽃길만이 이어질 줄 알았건만..
갑자기 산 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
설마 앞으론 쭉 산 길이려나 싶으니 덜컥 겁이 났다.
혹시 나 산에서 미아되는 거 아니야 하는 불안감이 스물스물 덮쳐왔지만, 데크길이 나있는 걸 보면 그럴리는 없을 것 같았다.
아무리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려 해도 불안감은 쉬 가라앉지 않았다.
예까지 걸어오는 동안 앞서 가던 사람들이 분명 있었건만 어느 순간 보이질 않아 그렇잖아도 살짝 불안했던 차에 산길로 접어들면서 불안감이 극대화되었다.
그런 가운데도 구불구불한 나무들을 보면 신기해서 마치 비밀의 정원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평정심을 가지려 애쓰며 좀더 걷자니 앞에 사람이 나타났다.
유채꽃이 핀 데크길에서 잠시 서 있을 때 먼저 다가와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던 아저씨였다. 혼자 오신 것 같길래 나도 찍어드릴려고 했더니 괜찮다며 나보다 앞서 가셨었다.
계속 혼자이겠구나 했는데, 사람을 만나니 구세주를 만난 듯 넘 방가웠다.
그런데 아저씨 뒤로 뭔가 팻말이...
설마했는데 출입금지 표시였다.
지금까지 꽤 걸어왔건만 되돌아가야 싶으니 절망스러웠다.
아저씨께 "길 끊긴 거에요?"하고 뻔한 질문을 던졌다.
아저씨 왈 그렇긴 한데, 한 가지 방법이 있다고 했다.
한 눈에 보기에도 매우 가파라보이는 길을 가르키며 여기로 올라가면 위에서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있다고 했다. 오르는 길이 그리 길지는 않을 거라고..
되돌아나가는 것 보단 낫겠지 싶어 아저씨의 뒤를 따르기로 했다.
그런데 몇 걸음 떼지도 않아 숨이 가빠졌다.
체감상 경사가 80도는 되는 것 같았던... ( ; _ ; )
내가 힘들어하니까 아저씨가 자신이 갖고 계시던 등산 스틱을 내어주셨다.
진짜 스틱 없었으면 어쩔뻔...
스틱을 짚고 오르는데도 넘 힘들었다.
아저씨 말씀처럼 길지는 않았지만, 다 오르자 양 다리가 후들거렸다.
한라산 8시간 넘게 등반한 것 보다 5분 남짓한 그 길이 더 힘들게 느껴졌다.
알고보니 아저씨는 옆 동네 충남 계룡분이셨다.
전직 군인이셨고, 홀로 올레길을 걸으러 제주에 오셨다고 했다.
지금도 19코스를 걷고 계신 중이라며 내게 서우봉을 내려가는 길을 알려주시고는 반대편 길로 떠나셨다.
아저씨!
스틱 빌려주셔서 넘 감사했어요.^^
아저씨가 일러준 길을 따라 가다가 낙조전망대란 곳에서 예기치 못한 예쁜 풍경을 만났다.
초록초록한 들판과 노오란 유채꽃 그리고 에메랄드빛 바다가 한 눈에 펼쳐지는 곳이었다.
낙조전망대에서 잠시 앉았다가 그만 내려가려는 길...
위로 난 길을 보니 아무래도 느낌이 정상이 바로 코 앞인 것 같아 발길을 돌려 올라가 본..
오홋!
여기가 정상?!
김녕을 넘어 저 멀리 성산일출봉까지 내려다보였지만, 묘지와 나무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볼 건 없었지만 그래도 안 보고 왔으면 두고두고 궁금했을 뻔! ㅎ
좀더 노랑노랑했으면 더 예뻤겠지만, 당시는 이 모습도 매우 만족스러웠다.
내려오면서 다시 마주한 바다는 그 사이 기온이 오르면서 한층 더 빛깔이 고와져 있었다.
하지만 이제 세화로 넘어가야 할 시간!!
마지막으로 화장실을 들르려는데, 앞에 개 한 마리가 세상 편하게 일광욕을 하며 낮잠을 자고 있었다.
ㅋㅋㅋ
볼일을 보고 나왔더니 그 사이 그늘 속으로 자리를 옮긴...
결코 더운 날이 아니었건만, 햇빛이 싫었나 보다.
아쉬움에 마지막으로 한번 더 뒤돌아본 함덕서우봉해변.
함덕함덕하니 함덕다웠던...
함덕만의 매력이 넘치던 곳이었다.
꼭 다시 보자!
함덕!
그렇게 재회를 꿈꾸는 곳이 또 하나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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